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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9▲ 4대 전략별 재정 투자계획[출처=산업통상자원부]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에 따르면 18개 부·처·청이 참여하는 국가표준심의회*(의장 :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서 '2024년도 국가표준시행계획'을 심의·의결했다.이번 계획은 「국가표준기본법」에 따라 수립된‘제5차 국가표준기본계획(’21~’25)’ 이행을 위해 경제·산업·사회 전 분야에서 신수요 국가표준 개발 및 국제표준 선점에 2271억 원을 투입한다.국가표준기본계획은 2023년 11월부터 관계부처와 민간 표준전문가가 참여해 24년도 추진과제를 수립했다. 국가표준심의회는 국가표준기본법 제5조(국가표준심의회)에 따라 의장(산업부 장관), 17개 부처청 차관 및 차관급 공무원, 민간위원 4명 등 총 22명으로 구성됐다.각 부·처·청은 국내 기업의 초격차 경쟁력 확보 지원을 위해 소관 전문 분야에 대한 국가표준화 및 첨단산업 관련 국제표준을 개발하게 된다. '해외인증지원단'운영 등을 통해 해외인증 애로를 해소하고 수출기업의 글로벌 시장진출을 견인할 예정이다.스마트헬스, 디지털신분증 등 최신기술을 반영한 생활편의 표준을 마련해 국민이 편리한 삶을 영위하도록 견인하고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무시동 히터·에탄올 화로 등 생활제품의 안전기준도 마련하기로 했다.또한 국가 연구개발(R&D)과 표준-특허 연계를 강화해 개발기술의 사업화를 촉진하고 표준 전문인력 양성을 통해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뒷받침하는 표준생태계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진종욱 국표원장은 “국가표준 주무부처로서 2024년도 국가표준시행계획을 관계부처가 차질없이 이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기업의 혁신성장과 국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 표준의 개발·활용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2024년도 국가표준시행계획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세계시장 선점을 위한 표준화(산업부 등 7개 부처청)① (디지털기술 표준화) △ AI 신뢰성 확보, 6G 기술성능, 차세대융합보안, 융복합 시스템 상호운용성 등 디지털 전략기술 표준화② (국가유망기술 표준화) △ 지능형반도체, 미래모빌리티, 스마트제조, 차세대 디스플레이, 첨단소재 등 첨단산업 분야 표준 개발③ (저탄소기술 표준화) △ 태양광 및 풍력발전 등 친환경에너지, 바이오연료,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 표준화 등 녹색성장 지원□ 기업 혁신을 지원하는 표준화(과기부 등 9개 부처청)① (맞춤형 시험·인증 서비스 확대) △ 전기·생활용품 안전인증기관확대, 첨단 분야 공인시험기관 확대, 탄소검증 국제상호인정협정 추진등② (기술규제 애로 해소) △ 해외인증지원단 운영을 통한 해외시험기관과상호인정 확대, 위해도 수준이 낮은 품목의 안전관리 수준 하향조정등③ (측정표준 개발·보급) △ 첨단산업 상용화를 위한 측정기술개발, 감염병 및 만성질환 검사용 등 표준물질 개발‧보급 등□ 국민이 행복한 삶을 위한 표준화(행안부 등 11개 부처청)① (생활밀착 서비스 표준화) △ 신선배송 등 유통물류 서비스 표준화, ‘국민 생활편의 표준협의회’를 통한 생활밀착 표준 발굴·개발등② (사회안전 서비스 표준화) △ 전자정부 시스템 효율화, 산업안전보건분야 재해예방, 즉석밥·마른김 등 식품류 등 표준화③ (공공·민간데이터 표준화) △ 한국인 인체치수 조사로 전 연령대데이터확보 및 헬스케어 서비스 확대, 국산 주요 목재 특성평가 DB화등□ 혁신 주도형 표준화체계 확립(환경부 등 8개 부처청)① (R&D-표준-특허 연계체계 확보) △ R&D 연계 표준개발 지원, 표준특허창출 지원, 국가R&D플랫폼과 표준성과관리시스템 연계 등② (개방형 국가표준체계 확립) △ ISO 회장직 수행 등 국제표준기구활동 강화, 범부처 협력형 표준 개발 사업 운영 등③ (기업 중심 표준화 기반구축) △ 기업의 표준·인증 정보 접근성향상을위한 e나라표준인증 플랫폼 개선, 우수기술 국제표준화 지원등참고로 '2024년도 국가표준시행계획'은 각 부처청 홈페이지에 공고될 예정이다. 관심이 있는 이해관계자는 홈페이를 방문해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길 바란다.□ 2024년도 국가표준시행계획 이행을 위해 약 2,271억원 재정투자계획 수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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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닭고기 전문 패스트푸드 체인점인 칙필레(Chick-fil-A) 지점. (출처=홈페이지)미국 닭고기 전문 패스트푸드 체인점인 칙필레(Chick-fil-A)에 따르면 근시일 싱가포르에 첫 번째 아울렛을 개점할 계획이다.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는 첫 단계다.칙필레는 2026년까지 US$ 10억 달러를 투자해 유럽과 아시아로 운영 지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2030년까지 해외에 지점 5곳을 오픈할 예정이다.현재 지점을 운영하는 해외는 푸에르토리코와 캐나다 뿐이다. 2024년 1월부터 싱가포르 본사를 설립하며 현지 운영 직원과 식당 종업원 등을 모집하기 시작했다.칙필레는 싱가포르를 포함해 아시아 내의 해외 지점 장소를 모색하고 있다. 해외 지점의 운영 모델은 미국 국내의 운영 모델과 동일하게 현지 사업자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한다.1967년 설립된 칙필레는 미국 전역에 아울렛 3000곳 이상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 국내에서 맥도날드(McDonald’s)와 스타벅스(Starbucks) 다음으로 프랜차이즈 중 국내 3위 매출액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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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가와사키중공업(川崎重工業) 빌딩 [출처=위키피디아]일본 가와사키중공업(川崎重工業)에 따르면 2030년까지 방위사업에서 매출을 5000~7000억 엔으로 달성할 계획이다. 2022년 매출액의 최대 3배나 되는 금액이다.정부가 중국과의 남중국해 분쟁, 북한의 핵무기 개발 등으로 방위력 증강 사업을 대폭 확장하고 있어 매출 증대 가능성이 높아졌다.가와사키중공업은 이른바 적과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 반격하는 '스탠드오프 방어능력(スタンドオフ防衛能力)'에 사용하는 미사일용 엔진을 개발하고 있다.방위사업에서 이익률도 2022년 5% 미만에서 2027년 10% 이상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다양한 방위사업 관련 제품의 해외 시장 진출도 확대할 예정이다.가와사키중공업은 방위사업 외에도 로봇사업, 수소사업 등의 사업 전망도 밝은 편이다. 반도체 제조장치에 활용하는 로봇의 매출액도 2030년까지 4000억 엔을 달성해 2023년 대비 4배로 확대할 방침이다.수소사업은 2030년 연간 4000억 엔을 달성할 계획이다. 기존에는 2026년 매출액은 1300억 엔으로 설정했지만 1400억 엔으로 100억 엔 상향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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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무역진흥기구(日本貿易振興機構) 빌딩 [출처=위키피디아]일본무역진흥기구(日本貿易振興機構·JETRO)에 따르면 2023년 9월 기준 중국에서 사업을 확대하고자 하는 기업의 비율이 27.2%를 기록했다.2021년 40.9%, 2022년 33.4%에 이어 급속하게 하락 중이다. 중국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내수소비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 주요인으로 분석된다.도요타자동차, 닛산, 혼다 등 일본 자동차제조업체들은 중국에서 판매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의 자동차 소비가 전기자동차(EV)로 옮겨감에 따라 주력하던 내연기관 자동차의 판매가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중국에 진출해 있는 일본 기업 710개는 향후 1~2년 동안 중국사업의 전망이 불투명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일본기업에게 매력적인 시장이다.해당 조사는 JETRO가 매년 해외에 진출하고 있는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2023년 8~9월 조사에서 7632개 회사가 설문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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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2세계 1위에 자만하지 않고 혁신 강화해야 지위 유지…불필요한 전쟁 개입보다 경제 개발에 예산 투입 필요최근 몇 년 동안 국내 투자자에게 익숙해진 용어가 서학개미다. 개인 투자자 중 국내 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매물을 힘겹게 받아내는 사람을 동학개미라고 지칭하는 반면 미국 등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사람은 서학개미라고 일컫는다. 국내 증권시장의 폐쇄성에 실망해 투명성이 보장된 미국으로 눈을 돌린 사람들이다.1차 세계 대전 이후 세계 경제의 중심은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동했으며 영국 런던 대신에 미국 뉴욕이 국제 금융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런던은 금융 중개지로 성장했지만 뉴욕은 거대한 산업을 기반으로 금융업 체질을 강화해 글로벌 금융 허브의 지위를 빼앗기지 않고 있다. 미국 증시가 재채기만 해도 한국 증시에는 태풍이 몰아칠 정도로 파급력은 대단하다.국가정보전략연구소(국정연)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선거공약을 평가하기 위해 개발한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 모델을 적용해 뉴욕의 금융허브 경쟁력을 정치·경제·사회·문화·기술 측면에서 평가했다.▲ 미국 뉴욕의 금융허브 경쟁력 평가 [출처 = iNIS]◇ 재정적자·국가부채로 경제대국 지위 흔들리며 고심 중글로벌 컨설팅그룹인 지옌(Z/Yen)이 평가하는 국제금융센터지수(GFCI)가 지난해 9월 세계 1위인 뉴욕은 2위인 런던과 3위인 싱가포르에게 선두 자리를 내놓지 않기 위해 여전히 해결해야할 과제가 많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경쟁력이 취약해진 런던과 홍콩의 빈자리를 메꿔주며 급성장한 싱가포르가 여전히 경쟁자로 남아있기 때문이다.정치적으로 극우 정치세력의 성장세 유지, 포퓰리즘에 영합한 정치인 증가, 기업에 부정적 인식 갖는 정치인 증가 등이 금융업의 성장을 방해한다.미국은 네오콘(neocons)이라 불리는 신보수주의자가 있지만 최근 발호한 극우주의자와는 차별화된다. 네오콘은 국제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만 극우세력은 미국 우선주의를 주창하기 때문이다.국민이 원하는 정치로 영합하는 정치인의 포퓰리즘은 자연스러운 선택이지만 이민 제한·경찰국가 역할 축소·백신접종 반대 등은 사회적으로 용인받기 어렵다. 극우주의자를 대변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1년 1월 발생한 의회 난입사태를 선동했다는 비판을 받았다.경제적으로 보면 막대한 규모의 재정적자·국가부채, 베이비 부머 세대의 조기 은퇴, 제조업 경쟁력 회복 지연 등도 세계 1위 경제대국인 미국의 지위를 흔든다.2022년 회계연도 재정적자는 1조3700억 달러(약 1688조 원)로 전년 대비 절반으로 축소됐지만 여전히 많다. 국가부채는 법정 한도인 31조4000억 달러를 넘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베이비 부머 세대들이 은퇴하면서 근로자가 부족해 촉발된 임금인상이 인플레이션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건강상의 위협은 증폭되고 자산가치도 급등한 반면 노동의욕은 상실해 노동시장을 떠났다. 트럼프 행정부부터 제조업을 복원하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했지만 성과는 미진한 상태다.사회는 백인 중심으로 아시아인·히스패닉계에 대한 인종 차별 심화, 마약·총기 등이 연루된 범죄 증가, 높은 주택가격과 물가로 정주 여건 악화 등도 해소해야 한다.아시아계에 비해 인구가 많은 히스패닉계는 주류사회에 편입되기 위해 적극 투쟁하는 편이다. 멕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남부가 주요 근거지다.슬럼가를 중심으로 발생하던 마약·총기 관련 범죄가 직장이나 학교까지 확산되면서 통제 불능 상태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초등학생이 학교에서 자신을 훈계하는 교사에게 총격을 가하는 사건도 대수롭지 않게 일어난다. 살인적인 물가와 높은 주택가격도 생활 여건을 악화시킨다.문화는 지배계층에서 외부 문화에 대한 포용력 부족, 금융 현장과 동떨어진 대학 교육, 문화의 정체성 확립 부족 등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백인 위주로 형성된 지배계층은 동양 문화를 포용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일부 지식인이나 연예인은 다른 문화에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정치인과 경제인은 폐쇄적인 사고를 유지한다.금융시장은 전통적인 은행과 증권시장을 넘어 다양한 파생상품을 거래하며 복잡하게 발전했지만 대학에서 가르치는 과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대학이 현장에서 필요한 금융기법을 배운 학생을 배출해야 금융업 고도화에 기여할 수 있다.기술은 발전된 금융시장과 달리 낙후된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 우수한 소프트웨어(S/W) 엔지니어 부족, 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빅데이터(Big Data) 등의 금융 적용 사례 부족 등도 지적된다.우리나라가 국토는 좁고 인구밀도가 높아 ICT 인프라가 우수하다기보다는 정부와 산업계가 투자를 적극 확대한 결과다. 미국은 정부 주도의 인프라 투자가 쉽지 않다.금융업이 우수 인력의 확보보다 대규모 시스템에 대한 투자가 요구되는 장치산업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복잡한 금융상품의 거래를 처리할 시스템을 개발하려면 우수한 S/W 엔지니어가 필요하다. 아직도 S/W 개발은 인도와 같이 인건비가 저렴한 국가에 아웃소싱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 제조업·서비스업 균형 통해 금융업 발전 가능성 높아미국은 세계 1위 금융도시인 뉴욕을 필두로 △5위 샌프란시스코 △7위 로스앤젤레스(LA) △12위 시카고 △14위 보스톤 △15위 워싱턴 DC 등 다수 도시가 상위권에 자리를 잡고 있다.중국의 제조업이 미국을 위협할 정도로 급성장했지만 금융업의 경쟁력은 크게 뒤쳐져 있다. 뉴욕의 금융허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개선방안은 다음과 같다.정치적으로 보면 글로벌 마인드를 갖춘 정치인 양성, 군사안보에 걸맞은 경제안보 인식 제고, 아프리카·중동·남아시아 등과 외교협력 강화 등이 시급한 추진 과제다.100년 이상 세계의 중심지라 자부하는 미국은 글로벌 마인드를 갖춘 정치인이 부족하다. 이들은 북아메리카에 있는 국가만 연합해도 자체적으로 생존이 가능하다고 믿는다.미국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막강한 군사력으로 베트남전·걸프전·아프가니스탄전·이라크전 등에 개입하면 막대한 전비를 낭비했다. 관련 예산을 경제개발에 투입했다면 미국이 제조업의 경쟁력을 잃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급부상하는 아프리카·중동·남아시아 등의 경제력을 경제안보를 확보할 디딤돌로 삼아야 한다.경제는 재정 건전성 확보해 달러화 가치 유지, 금융업 자체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 방지 노력 필요,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균형 발전 등도 해결을 늦추기 어려운 이슈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국가부도에 대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기 때문에 한도 증액만으로 해소하기 어렵다.금융업은 고도의 지식산업이므로 지식인의 도덕적 해이를 예방하지 못하면 파국을 피할 수 없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몰고 온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도 최소한의 직업윤리마저 무시한 탐욕에서 출발했다. 금융기관 내부에 합리적인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으면 내부 담합을 예방할 수 없다.사회는 인종차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우수 이민자 유치, 치안을 확보해 안전한 사회 구축, 부동산 투기 억제해 주택 가격 안정 등으로 금융업 발전을 지원해야 한다. 뉴욕 한복판에서 인종차별 테러가 발생하는 상황이 지속되는 한 우수한 능력을 갖춘 이민자를 받아들이기 어렵다.세계 1위 경제대국을 달성하는데 기여한 미국의 혁신은 대부분 이민자의 손에 이뤄졌기 때문에 지속적인 변혁을 위해서도 이민정책을 유연하게 변경해야 한다. 이민자뿐 아니라 주민이 각종 범죄에 대한 공포를 갖지 않도록 치안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문화는 중국어·힌두어·아랍어 등 다양한 외국어 교육 강화, 다문화 인식 개선을 위한 학교 교육 강화, 새로운 글로벌 문화 표준 정립 등도 금융업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필요하다. 미국 백인 주류층 중에는 다국어 구사자도 적지 않지만 유럽어가 대부분이고 급부상하는 중국·인도·중동 등의 언어는 냉대한다.외국어 학습은 단순 언어 습득을 넘어 문화에 대한 소양을 쌓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 미국의 저력은 다양한 민족과 문화를 융합한 문화의 용광로에서 출발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최근에는 배타주의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다양한 문화를 융합해 글로벌 사회에 적합한 표준을 만들어 확산시켜야 한다.기술은 5G망·초고속 인터넷 등 ICT 인프라 투자 확대, 해외 우수 S/W 엔지니어의 이민 확대, 클라우드 컴퓨팅·빅데이터·AI 등을 융합 모델 개발 등을 유도해야 한다.1992년 클린턴행정부의 앨 고어 부통령이 정보슈퍼하이웨이 건설을 선언한 지 3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정보 인프라는 열악한 상태에 놓여 있다.실리콘밸리에 있는 ICT기업을 이끌고 S/W 엔지니어 다수가 인도계이지만 뉴욕의 금융업으로 진출한 사례는 많지 않다. ICT업계에 비해 금융업이 보수적이기 때문에 이들을 적극 수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금융업에 필요한 ICT 융·복합 기술 개발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 [출처 = iNIS]-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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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5유럽·미국보다 아시아 동맹국과 경제협력 강화해야… 이민자 포용·문화융합 통해 금융 경쟁력 기반 구축 가능 우리가 흔히 호주라고 부르는 나라의 정식 명칭은 오스트레일리아로 라틴어로 ‘남방의 땅’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실질적으로 육지와 떨어진 외딴 섬이지만 오세아니아 대륙으로 불리며 7대륙 중 하나에 속한다. 7대륙은 북아메리카·남아메리카·유럽·아프리카·아시아·오세아니아·남극이다.영국이 1768년 원주민이 평화롭게 살던 오스트레일리아를 식민지로 건설하면서 백인의 역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초기에는 죄수의 유배지로 활용됐으나 1850년대 금광이 발견되면서 정상적인 국가의 면모를 갖췄다. 유럽계와 비유럽계 이민자의 갈등이 인종차별 문화를 형성했으며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세계 3대 미항 중 하나인 시드니는 보수적인 멜버른에 비해 개방적인 사회 분위기로 일찍부터 상업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온화한 날씨와 안전한 치안 덕분에 글로벌 기업이 아시아태평양 본부를 가장 설치하길 희망하는 도시다. 다양한 출신의 이민자로 구성됐지만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며 교육수준이 매우 높다.국정연이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선거공약을 평가하기 위해 개발한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 모델을 적용해 시드니의 아시아 금융허브 경쟁력을 정치·경제·사회·문화·기술 측면에서 평가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의 아시아 금융허브 경쟁력 평가 [출처 = iNIS]◇ 자금 수요시장과 지리적 격리가 발전의 장애물글로벌 컨설팅그룹인 지옌(Z/Yen)이 평가하는 국제금융센터지수(GFCI)가 9월 세계 13위로 11위인 서울을 바짝 추격하고 있는 시드니는 매년 순위가 급상승하는 중이지만 여전히 넘어야할 과제가 많다. 시드니가 싱가포르·홍콩을 넘어 아시아태평양 금융허브로 떠오르려면 금융전문가가 지적하는 각종 문제점을 극복해야 한다,정치적으로 미국·유럽과 지나친 밀월 관계 유지, 백인 우월주의 사상의 팽배, 아시아 이민자에 대한 차별 등을 해소해야 한다. 영국이 식민지를 건설한 이후부터 유럽계 이민자가 주류 정치세력을 구성하면서 안보동맹조차 이들 국가와 맺을 정도로 긴밀한 유대를 자랑한다.미국은 2020년 급팽창하는 중국의 남태평양 진출을 저지하기 위해 일본·호주·인도와 함께 안보동맹체인 쿼드(Quad)를 결성했다. 한국·베트남·뉴질랜드까지 포함하는 ‘쿼드 플러스’로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오스트레일리아는 미국과 영국이 주도하는 외교안보 협의체인 오커스(AUKUS)의 회원이다. 아시아 국가임에도 아시아 국가와 정치적으로 연대하는데 관심이 적다.경제적으로 보면 광산업·목축업·관광업 위주의 산업 구조, 자금 수요가 많은 제조업 기반 취약, 국내 자금만으로 대출 여력 부족 등이 금융업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골드러시 이후에도 풍부한 철광석·석탄·석유·천연가스 등 지하자원을 개발하는 광산업이 주력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2010년대 중국의 급격한 경제개발로 오스트레일리아산 석탄·철광석뿐 아니라 육류·곡류·와인 등 농축산물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며 경제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2020년 스콧 모린슨 총리가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국제조사를 요구하며 중국과 무역 분쟁이 시작됐다.중국 정부는 오스트레일리아산 육류·석탄·와인·보리 등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해 수입을 중단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중국의 조치가 불공정하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으며 수출 국가를 다변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사회는 백인 중심의 사회 지배층 구성, 자금 수요시장과 지리적 격리, 높은 주택가격 등 생활비 부담도 금융허브를 구축하는데 장애물이다. 초기에는 영국계가 지배층이었지만 아시아 이민자가 증가하면서 유럽계가 뭉치면서 주류 계층의 범위가 넓어졌다.오스트레일리아는 대륙이라 불리지만 섬나라이며 금융업의 주력 목표시장인 동남아시아와 너무 멀리 있어 접근성이 떨어진다. 싱가포르가 자금 수요가 풍부한 중국과 인도의 중간이라는 지리적 이점을 잘 활용하는 것과 대비된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개최 이후 주택가격이 폭등했으며 물가도 매우 높아 생활비가 많이 든다.문화는 유럽 문화의 아류로 문화 정체성 부족, 자연자원 이외 문화 인프라 부족, 다양한 문화를 섭렵한 우수 교육자 부족 등이 대표적인 문제점이다. 시드니의 문화를 자세히 분석해 보면 영국의 도시 중 하나로 착각하기 쉽다. 그만큼 문화적 동질성이 높다는 의미다.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1973년 완공됐지만 200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건물 자체는 유명하지만 오페라하우스에서 개최된 공연 중 세계적으로 알려진 것은 별로 없다. 다양한 문화를 섭렵한 우수한 교육자가 충분하지 않은 것도 해결해야 하는 과제에 속한다.기술은 싱가포르·홍콩 등과 마찬가지로 금융시스템을 지원할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인재 양성 시스템·개발업체 등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정부가 ICT 인재의 이민을 장려하고 있지만 여전히 까다로운 규정으로 인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오스트레일리아 소재 대학에서 ICT 관련 학과를 졸업하면 영주권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인재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해외에서 ICT 관련 업계 경력을 쌓아도 이민을 적극 받아들이는 편이다. ICT 기술이 발전한 선진국 출신에는 이민 문호가 더 넓게 열려 있다. ◇ 핀테크 등 비대면 금융솔루션 개발 강화해 경쟁력 향상 유도시드니의 국제금융센터지수는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3월 25위에서 3월 23위로 2단계 상승하는데 그쳤지만 불과 6개월 만인 9월 10단계를 뛰어 넘어 13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와 중국 도시를 제외하면 9위인 도쿄와 11위인 서울 다음으로 높은 순위다. 시드니의 금융허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개선방안은 다음과 같다.정치적으로 보면 아시아 우방국과 외교를 강화하고 다양한 이민자의 목소리를 대변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아시아 이민자를 적극적으로 포용해 사회통합을 이루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남태평양 진출을 저지하기 위해서 미국·영국과 동맹을 강화하고 있지만 미국 동맹국인 한국·일본과 교류도 넓혀야 한다.실제 2020년부터 시작된 중국과 무역 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도 대체 수출시장을 뚫어야 하는데 관련 품목의 수요는 한국·일본이 높다. 한국의 포스코는 광산개발, 일본의 미츠이·마루베니·미츠비시는 곡물시장 등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경제는 금융업·ICT 등 3차 산업 구조로 전환, 급성장하는 동남아 자금시장 적극 공략, 글로벌 금융기관의 아시아태평양 허브 유치 등이 필요하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오랜 기간 동안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미얀마·필리핀 등과 경제협력 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에 다른 국가에 비해 시장 공략이 유리하다.미국·유럽 금융기관은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문화적으로 동질성이 강한 시드니에 아시아태평양 허브를 구축하기를 원한다. 시드니가 관광도시 역할까지 수행하면서 화려한 쇼핑센터 뿐 아니라 교육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사회는 다양한 이민자를 포용해 사회통합 추진, 핀테크·화상회의 등 비대면 사업구조 강화, 저렴한 아파트 등 주거안정 방안 마련 등이 해외 금융업 종사자를 유치하는데 필요한 요건이다. 유럽 출신에 초점을 맞추는 이민정책 대신에 국가보안법 시행과 민주화 시위 탄압 이후 홍콩·중국을 탈출하는 금융전문가에게 문호를 적극 개방해야 한다.오스트레일리아 부동산업체인 코어로직에 따르면 1분기 주택 중간가격이 130만 호주달러(약 11억6100만 원)에 달해 28년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시드니 도심 원베드 아파트 평균 임대료는 1주에 1000달러가 넘는다. 아르바이트 시급이 30달러를 넘어 큰 부담이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미국 뉴욕과 비슷한 수준이다.문화는 동서양 문화를 융합해 글로벌화 진전, 예술 등 다양한 문화 인프라 구축, 개방적인 이민정책으로 우수 교육자 유치 등을 통해 이주자에 문화 다양성을 보장해야 한다. 시드니는 주거지와 상업지가 명확하게 구분되지만 문화를 즐길만한 지역은 없다.영어와 선진지식을 배우기 위해 유학생이 물밀듯이 밀려오지만 교육자가 부족하다. 또한 다른 산업에 비해 교육업 종사자의 급여가 낮은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인도·필리핀 출신 이민자를 적극 받아들여 부족한 교사를 보충해야 한다.기술은 4차 산업혁명 이후 디지털화가 급격하게 진전되면서 5세대(G)통신·블록체인·빅데이터 등 ICT 인프라에 대한 투자 확대, 시드니대·뉴사우스웨일즈(NSW)대·시드니공대(UTS) 등에서 ICT 인력 양성, 중국·인도 등에서 ICT 개발업체 적극 유치 등도 시급하게 해결해야 한다.금융업은 대규모 ICT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 거대한 장치산업으로 전환됐기 때문에 하드웨어(H/W)·소프트웨어(S/W)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다양한 금융상품과 거래관행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갖추지 않으면 금융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이 불가능하므로 산학연 협력을 통해 적합한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 [출처 = iNIS]-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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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 [출처 = iNIS]최근 싱가포르 리센룽 총리는 연간 500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창이공항의 5터미널을 새로 건설한다고 밝혔다.5터미널이 수용할 인원은 기존 1터미널과 3터미널을 합친 숫자보다 많다. 2019년 창이공항 이용객은 6830만 명이었으며 2020년 이후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영향으로 줄어들다가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홍콩과 함께 영국의 식민지 지배를 받아 동서양 문화가 혼재하고 있을 뿐 아니라 동서교역의 중계무역항으로 성장한 싱가포르는 1960년대부터 국제금융센터로 부상했다.2020년 홍콩에서 국가보안법이 시행되며 이른바 헥시트(HongKong+Exit·탈홍콩)로 우수 인재와 자금이 몰리면서 아시아 1위 금융허브로 올라섰다.하지만 정치적으로 화교 중심의 권력독점을 타파하고 친서방 일변도의 외교정책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촉발된 글로벌 공급망 붕괴·국제교역량 감소·주력 산업의 침체 등도 해결 과제로 떠올랐다.각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주주의 확산·외교 다변화·해외로 적극 진출·배후 경제기반 강화·생활 인프라 개선·동서양 문화융합 등 과제를 적극 이행해야 한다.금융업이 제조업과 마찬가지로 장치산업으로 인프라 구축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해 정보통신기술(ICT)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싱가포르 정부가 아시아 금융허브 1위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싸우는 경쟁자인 홍콩이 내우외환으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고민해 봤다. 서울을 아시아 금융허브로 구축하려는 우리나라 정부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 많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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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1불리한 입지를 극복해 국제금융허브로 부상… 권위주의적 개발독재가 글로벌화의 걸림돌대영제국이 수에즈운하를 개통한 이후 중국과 교역로 중간에 위치해 급성장한 싱가포르는 1819년 영국인 스탬퍼드 라플스에 의해 역사가 시작됐다. 말레이반도 끝단에 위치한 작은 섬이라 식량을 조달할 농지가 부족해 정상적인 국가가 자리 잡을 입지는 아니었지만 대성공을 거둔 사례다.불리한 지형적 입지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선택한 것이 교역 중심지다. 지중해 무역 거점인 몰타와 같이 아시아 대표 무역 거점인 싱가포르는 ‘사자의 나라(Singa+Pura)'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1960년대 초반에는 국제무역을 지원하는 기능을 수행하다가 아시아 경제가 급성장하며 국제금융센터로 부상했다.영국의 조차지였던 홍콩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금융허브인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의 중간에 있어 이들 시장이 폐장한 이후에도 거래가 가능하다는 이점이 크게 작용했다. 영국의 식민지를 거치면서 형성된 개방적인 문화, 서구화된 법과 상업제도도 싱가포르가 성장하는데 일조했다.국가정보전략연구소(국정연)이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선거공약을 평가하기 위해 개발한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 모델을 적용해 싱가포르의 아시아 금융허브 경쟁력을 정치·경제·사회·문화·기술 측면에서 평가했다.▲ 싱가포르의 아시아 금융허브 경쟁력 평가 [출처 = iNIS]◇ 권위주의적 정치체제가 사회 활력 저해9월 국제금융센터지수(GFCI)에서 아시아 1위·세계 3위를 기록한 싱가포르는 홍콩이 주춤거리는 사이에 아시아 금융허브의 입지를 빼앗기 위해 발 빠른 대처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홍콩이 다양한 대응조치를 내놓고 있어 금융전문가가 지적하는 각종 문제점을 극복해야 한다,정치적으로 강력한 권위주의·소수 엘리트의 권력 독점·친서방 일변도 외교정책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에 속한다. 싱가포르 정치를 언급하려면 26년간 총리로 재임한 리콴유의 인생역정부터 설명해야 한다. 리콴유는 대중적 인기에 영합하지 않는 확고한 신념을 가졌다는 칭찬과 더불어 권위주의적 통치로 비판을 받았다.소수 명문 가문 출신이 장기집권하며 권력 독점으로 이어졌다. 리콴유의 아들 리센룽도 2004년 총리에 오른 후 현재까지 장기 집권하고 있다. 현재 3세 승계까지 언급될 정도로 권력독점은 심각한 상황이다. 친서방 일변도 외교정책도 필리핀·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 주변국을 폄하하는 정책으로 이어져 갈등을 빚고 있다.경제적으로 보면 글로벌 공급망 붕괴·배후 경제기반 미약·벙커링 사업 위축 등도 금융허브의 위상을 위협하는 중이다. 2020년부터 확산된 코로나19 감염병은 국제 물동량을 위축시켜 글로벌 공급망을 붕괴시켜 중계무역항의 기능을 마비시켰다.홍콩과 상하이가 중국 본토의 광대한 경제권을 배경으로 성장한 것과 달리 싱가포르는 금융수요를 촉발한 배후 경제기반이 미약하다. 배터리나 수소로 운행하는 친환경선박의 도입이 증가하면 연료를 공급하는 벙커링 사업도 위축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사회는 화교 중심의 지배층 독점·외국노동자에 대한 열악한 인권·엄격한 법 적용과 같은 조치가 선진국이라는 명성에 흠집을 낸다. 국부로 칭송을 받는 리콴유도 화교이며 대부분의 권력은 화교가 장악해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있다.동남아 출신 가정부와 육체노동자에 대한 인권 침해가 빈발하고 있으며 엄격한 법률 적용으로 외국인에게 위화감도 조성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당시에도 외국인 노동자 숙소에서 환자가 대규모로 발생했지만 적절한 방역조치를 실시하지 않아 국제적으로 비난을 받았다.문화는 생활 인프라·교육과 관련성이 있으며 대(大)중화권 편입 시도·영어 소통 미흡·국제학교 부족 등을 개선해야 한다. 화교가 주류계층을 형성하고 중국과 교류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중국문화에 편입하려고 시도하면서 기존 문화와 충돌하고 있다.관공서에서 영어가 통용되고 있지만 여전히 일상생활에서 영어로 소통하는 것은 어렵다. 글로벌 수준의 국제학교도 나름 많이 유치했지만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기술은 금융산업이 제조업과 마찬가지로 장치산업으로 전환되면서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인프라·인재·개업체 등의 부족현상이 나타났다. 인재를 육성하는 것도 단순히 교육기관의 설립이나 과정 개발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 홍콩 탈출 인재·자금 적극 확보 정책 펼쳐야싱가포르가 금융산업의 적극 육성하려면 우리나라 정부가 서울에 있던 공공금융기관을 대거 지방으로 보내며 금융산업 경쟁력이 하락시키는 정책을 모방해서는 안 된다. 싱가포르가 각종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개선방안을 정리해 보자.정치적으로 민주주의 확산·자본시장 발전 추진·외교 다변화 등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언뜻 보면 싱가포르는 가장 민주적인 국가로 보이지만 권위주의적 독재체제에 가깝다는 평가를 듣는다. 평등한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고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입안해야 한다.자본시장은 여전히 홍콩이 앞서 있다. 2021년 기준 홍콩에 거점을 두고 있는 미국 기업이 254개로 2020년 282개에서 감소했다. 홍콩에서 자본을 조달하려는 본토 기업이 많고 이들 기업에 투자하려는 외국투자업체도 적지 않다. 중국경제가 아직 다른 국가에 비해 좋은 실적을 보이기 때문이다.경제는 해외 자금시장 진출·홍콩 이탈 자금 유치·배후 경제기반 강화로 금융산업의 기반을 확고하게 다질 수 있다. 중국에서 탈출하는 제조공장이 향하는 동남아시아와 인도로 금융시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베트남은 동남아시아에서 떠오르는 시장이다.또한 홍콩에서 탈출하는 기업과 자금을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 싱가포르 통화청(MAS)에 따르면 2021년 해외로부터 S$ 4480억 싱가포르달러(약 430조9800억 원)를 유치해 전년 대비 59% 증가했다. 2020년 4~5월 해외 거주자 예금이 전년 대비 40% 증가했다.대부분 국가보안법 시행과 제로코로나정책을 피해 홍콩을 탈출한 자금으로 추정된다. 2021년 기준 싱가포르 자산운용 규모는 3조4000억 달러로 3조 달러인 홍콩을 넘어섰다.사회는 외국인 차별 철폐·생활 인프라 개선·법률 개선이 선행돼야 외국인이 선호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기 이전 수준처럼 외국인을 대하면 충분하다.홍콩은 중국인 위주로 사회 시스템이 운용되면서 외국인이 살기 어려운 도시로 전락했다. 중국 상하이가 자유무역시험구에 살려는 외국인에게 고정가격으로 아파트를 임대하는 것처럼 저렴한 주거공간을 마련해 줘야 한다.경미한 법률을 위반한 외국인조차도 엉덩이를 회초리로 때리는 태형은 전 근대적인 형벌제도다. 기차에 낙서를 했다거나 씹던 껌을 바닥에 버렸다는 이유로 외국인에게 태형을 집행해 비난을 받았다. 국가가 껌을 씹거나 술을 마시는 것까지 통제하면서 보모국가(Nanny State·정부가 국민 일상생활에 개입해 과도하게 보호하고 통제하는 나라)라는 비판까지 받는다.문화는 양질의 삶을 보장하는 토양이며 동서양 문화융합·영어 공용화·해외 명문학교 유치가 선행돼야 한다. 화교가 중심인 국가라고 해도 국제도시로 위상을 유지하려면 글로벌 수준에 걸맞은 문화를 발전시키는 것이 유리하다. 중국의 문화우월주의가 다른 국가로부터 배척받고 있는 상황도 감안해야 한다.싱가포르는 관공서가 영어를 적극 사용하도록 앞장서고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영어 소통은 쉽지 않다. 영어 공용화 운동을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미국과 서유럽 국가의 명문학교 분교를 유치해 교육 인프라를 구축하면 우수 인재의 육성에 도움이 된다.기술은 4차 산업혁명의 진전과 더불어 ICT 인프라 투자 확대·인력 양성·개발업체 적극 유치가 중요하다. 금융업은 디지털화가 급격하게 진전되면서 플랫폼 개발과 같은 인프라 정비가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 뉴욕이 5G(5세대 통신)·블록체인·빅데이터 등과 같은 ICT 인프라에 적극 투자하는 것을 벤치마킹해야 한다.홍콩은 2020년 9만3000명, 2021년 2만3000명이 해외로 이주해 우수 인재의 이탈이 국가적 이슈로 부상했다. 이들 중 다수가 인접한 싱가포르로 이동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적극적으로 유치 활동을 벌이는 것이 좋다.홍콩 정부가 발행한 외국인 취업비자는 2021년 2600매로 2019년 대비 50% 감소했다. 싱가포르가 홍콩으로 향하던 해외 인재의 요람으로 부상할 유리해졌다.▲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 [출처 = iNIS]-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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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4아시아 금융허브에서 날개 없는 추락 중… 서울을 아시아 금융허브로 구축하려면 반면교사 필요아시아 최대 자유무역항인 홍콩은 1842년 청이 아편전쟁에 패전하면서 영국에 열구 할양되며 역사가 시작됐다. 1898년 양국이 99년간 조차하기로 합의하면서 동서교역의 중심지로 부상했다. 교역 물동량이 급격하게 늘어나며 자연스럽게 금융산업이 융성해졌다.영국 컨설팅그룹 지엔(Z/Yen)이 매년 3·9월 2회 발표하는 GIFC(Global Financial Center Index·국제금융센터지수)에서 1위를 차지한 미국 뉴욕 및 2위인 영국 런던과 비슷한 성장경로를 밟은 것이다.런던은 17~18세기 영국이 국제상업무역을 장악하며 자연스럽게 국제금융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 뉴욕은 거대한 미국 경제가 기반이 된 반면에 런던은 활발한 무역이 성장의 디딤돌이 됐다.9월 기준 지엔이 발표한 홍콩의 글로벌 금융경쟁력 순위는 4위로 3월에 비해 1단계 하락했다. 반면 홍콩과 아시아 금융허브의 지위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싱가포르는 9월 3위로 3월 대비 3단계 상승했다. 아직 상하이·도쿄·서울은 홍콩을 넘볼 정도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국가정보전략연구소(국정연)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선거공약을 평가하기 위해 개발한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 모델을 적용해 홍콩의 아시아 금융허브 경쟁력을 정치·경제·사회·문화·기술 측면에서 평가했다.▲ 홍콩의 아시아 금융허브 경쟁력 평가 [출처 =iNIS] ◇ 정치가 경제에 개입해 금융 경쟁력 추락홍콩은 국내총생산(GDP)보다 더 많은 무역거래를 처리하며 전체 화물 처리량의 절반 이상이 환적 화물로 구성돼 있다. 19세기 이후 국제무역항으로 급성장하던 중 20세기 영국의 대중국 진출 교두보로 자리매김하며 경제 측면에서 아시아의 핵심 국가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1940년대 말 중국에서 국민당과 공산당이 내전을 벌이며 상하이에 있던 금융회사 대부분이 홍콩으로 이전했다. 1997년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국제자본시장에 접근하는 통로로 활용되다가 2019년 이후 ‘하나의 중국’정책에 따라 국가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홍콩의 금융업 문제점을 파악하면 다음과 같다.정치적으로 2020년 국가보안법 시행으로 민주화를 주장하던 많은 인재가 홍콩을 떠났고 정치적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전체 인민은 똑 같이 잘 살아야 한다는 공동부유를 주창하며 재산이 강탈될 것을 두려워한 부자가 해외로 이주하기 시작했다.시 주석의 3연임이 확정되며 홍콩증시가 침체되고 있는 것도 공동부유정책이 가속화돼 주요 대기업의 실적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하나의 중국’정책이 홍콩·마카오를 넘어 대만까지 확장되며 양안관계가 악화되고 있어 홍콩의 금융업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홍콩이 중국과 대만의 가교역할을 담당했고 대만을 정치적으로 후원하고 있는 국가는 홍콩 금융업을 지탱하고 있는 미국·영국 등이다.경제적으로 보면 홍콩 증시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간섭이 강화되면서 올해 1~2분기 홍콩 증권시장에 기업공개(IPO)를 기업이 전년 대비 7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3분기에는 27건의 IPO가 진행돼 HKD 513억 달러(약 8조8730억 원)를 펀딩할 것으로 전망된다.중국 본토의 부동산 시장이 급랭하면서 홍콩에서 발행하는 채권도 줄어들고 있다. 올해 홍콩 채권 발행액은 아시아에서 6위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보다 1단계 하락한 것이다. 글로벌 기업인 다이슨·로레알·LVMH 등은 홍콩 지점을 폐쇄하거나 근무 인원을 대폭 줄이고 있다.사회는 국가보안법 제정 후 민주화 운동을 탄압하며 내외국인을 불문하고 인권상황이 악화되며 해외로 이주하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홍콩에 설치된 중국정보기관은 체제 전복뿐만 아니라 단순한 정부 비판까지 용인하지 않고 탄압하고 있다.시 주석이 자랑하는 치적 중 하나인 제로 코로나 정책도 홍콩의 금융업 경쟁력을 훼손하고 있다. 자유로운 이동이 제한되면서 기본적인 업무 처리마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2일 홍콩금융관리국(HKMA)가 주최한 ‘글로벌 금융리더 서밋’에 코로나19 감염을 이유로 세계 최고 금융기관인 블랙스톤·씨티그룹 최고경영자가 참석하지 못했다.문화는 표준 중국어 사용을 강제하면 영어 교육이 약화되고 있으며 국제학교 등 우수 교육 인프라도 부족한 실정이다. 정치뿐 아니라 교육에도 ‘하나의 중국’정책이 반영되면서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 중국 문화의 우월성을 강조하며 글로벌화도 퇴조하고 있는데 이는 문화대혁명 당시 사회주의 사상학습을 강조한 것과 유사하다.기술은 금융업이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필요한 장치산업으로 전환됐음에도 금융인프라 고도화 전략이 부재하며 우수한 정보통신기술(ICT) 인력 양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업을 뒷받침할 기술력을 갖춘 하드웨어(H/W)·소프트웨어(S/W)도 부족하다. 미국·인도에 있는 ICT기업의 서비스에 의존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자본주의 첨병인 금융의 홍콩의 특성 살려야지난달 22일 중국공산당 제20차 당대회에서 시 주석의 3연임이 확정됐다. 3연임이 결정되면 제로 코로나·대만 강공책·홍콩 압박 등 정책이 변할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됐으나 아직 변화의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홍콩이 아시아 금융허브로 강력한 기반을 구축하려면 다음과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정치적으로 국가보안법을 완화하고 대만을 흡수 통일하겠다는 정치 대결을 중단해야 한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홍콩 국가신용등급을 'AA-'로 평가했는데, 이는 싱가포르 'AAA'에 비해 3단계나 낮은 것이다. 무디스와 S&P의 신용평가등급도 싱가포르가 홍콩에 비해 높다.경제는 글로벌 금융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법인세, 각종 세제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싱가포르는 홍콩의 경제적 혼란을 틈타 이른바 헥시트(HKexit·탈홍콩)하는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법인세를 17%로 인하했다. 현재 홍콩 법인세는 16.5%로 싱가포르와 큰 차이가 없다.싱가포르는 2020년 ‘가변자본기업(VCC)’이라는 제도를 도입해 기업 형태의 펀드를 만들면 조세 피난처 수준의 세제혜택을 제공한다. 글로벌 자금이 몰려들면서 운용 자산의 규모가 이미 홍콩을 추월했다. 영국 컨설팅회사 헨리앤드파트너스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자산이 1000만 달러 이상인 부자가 세계에서 5번째로 많아졌다.사회는 국민의 민주화 요구를 반영해 중국으로 반환되기 이전 수준으로 인권상황을 개선하지 않으면 해외 우수 인재의 유치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비영주자에 대한 재산세를 인하하고 연간 최소 HKD 250만 달러를 버는 사람은 2년 비자를 발급해 준다. 2년간 제한 없이 홍콩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다.하지만 싱가포르는 비자 완화를 넘어 해외 은행·증권사·투자회사·로펌 등을 적극 유치해 집적효과 극대화를 추진하고 있다. 금융업은 광범위한 인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작동한다는 점을 간파한 것이다. 우리 정부가 인적 네트워크 구축이 용이한 서울에 있는 공공금융기관을 지방으로 강제 이전하는 것과 대조적이다.문화는 영어로 공영어로 적극 채택해 모든 국민이 영어를 제2외국어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제학교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다양한 교육 커리큘럼으로 우수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 획일적인 사상교육이나 편협한 자국 문화 중심 교육으로 글로벌 시민을 육성하기 어렵다.홍콩과 치열하게 아시아 금융허브 지위를 경쟁하는 싱가포르는 기업과 관공서에서 제1언어로 영어가 통용되는 수준에 도달했다. 홍콩은 1997년 반환 이전까지만 해도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했지만 이제는 중국 표준어를 구사하지 못하면 일상생활이 어려운 지경이다.기술은 우수한 ICT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비자발급 조건을 완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장벽은 높은 편이다. 싱가포르가 핀테크 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를 철폐해 세계에서 가장 발달된 핀테크 산업을 육성한 것을 벤치마킹해야 한다.상하이도 5년 거주 해외 인재에게 영주권을 제공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서울은 아시아 금융허브를 구축하기 위해 가야할 길이 아직 멀다.종합적으로 보면 아시아뿐 아니라 글로벌 차원에서 홍콩의 금융경쟁력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중국 정부의 정책변화가 없다면 추락 추세가 반전될 가능성은 낮다.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장을 이기는 정부가 없듯이 정치도 경제를 절대 이길 수 없다. 경제 분야 중에서도 금융은 시장 변화에 가장 민감한 고등동물에 속해 정부가 통제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 [출처 = iNIS]-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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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17■글로벌 금융시장 혼란 대처에 혼연일체 단결 필요, 여의도에 금융기관 집중시켜야 시너지 창출 가능레고랜드발 금융시장 혼란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연말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사한 규모의 충격이 우리나라 경제를 타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는데 정책을 전환할 가능성도 낮다.글로벌 공급망 붕괴와 함께 경제를 떠받치던 반도체 시장이 급랭하면서 내우외환에 직면한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전문가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중요한 정책금융을 담당하는 금융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국가정보전략연구소는 금융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에 대한 찬반양론을 듣고 서울을 아시아 금융허브로 육성하겠다는 정부와 서울특별시의 정책이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혹은 문제점·개선책은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관계자 인터뷰를 진행했다.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에 이어 두 번째로 만난 사람은 조윤승 KDB산업은행노동조합 위원장이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조 위원장이 보는 KDB산업은행 본점 이전에 관한 논란을 정리해 보자.▲ 조윤승 KDB산업은행 노조위원장 [출처 = iNIS]◇ 구조조정 전문가로 다양한 현장 경험 축적조 위원장은 KDB산업은행에서 20년을 근무했으며 구조조정 전문가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부실기업 문제를 해결하는 업무는 국책은행의 몫으로 전락했다. 3면이 바다이며 동북아 거점 국가인 우리나라가 해양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역설했다. 당시 한진해운을 살릴 수도 있었는데 너무 쉽게 포기한 것은 아닌지 아쉬움을 토로했다. 다음으로 조 위원장과 나눈 1문 1답이다.- 간단하게 자신의 이력을 소개하면.“2003년 8월 산업은행에 입사해 올해 20년째 근무하고 있다. 주로 담당했던 업무는 회원사의 구조조정이며 구조조정 전문가라고 보면 된다. 2010~2013년까지 노동조합 부위원장을 맡았다가 현업에 복귀했다. 2020년부터 노동조합 위원장을 맡았는데 올해 연말 임기가 끝난다.- 구조조정은 전문 영역인데 경험해 본 소감은.“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구조조정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 한진해운은 회사가 사라져 평가하기 좀 그렇지만 현대상선은 구조조정 후 오히려 실적이 좋아져 뿌듯하다.해운업은 대규모 자본이 투입돼야 하며 세계적인 해운회사는 덴마크·그리스·프랑스·중국·일본·독일 등 소수 국가에 소속돼 있다. 우리나라도 상당히 축적된 자본과 세계적인 무역 물동량을 갖고 있어 도전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산업은행이 추진한 대우해양조선의 구조조정은 대표적 실패 사례인데.“대우조선은 10조 원 이상 손실을 봤다. 구조조정 전문가 입장에서 봐도 잘못된 결과이고 국가에도 엄청난 손해를 끼친 것이다. 대우조선은 부채를 줄여주고 유동성만 지원하면 단기간에 정상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인데 부실을 숨기면서 시간을 끌어 책임질 사람을 없앤 것이 실패를 부른 가장 큰 원인이다.예를 들어 한꺼번에 5조 원을 투자해야 하는데 누구도 책임지기 싫으니까 매년 2~3000억 원씩 찔끔찔끔 투자하다가 실패했다.”- 구조조정 과정에 참여하면서 느낀 아쉬운 점은.“사실 한진해운 같은 기업을 그때 너무 쉽게 포지하지 않았나, 아까운 짓을 했지 않았나하는 생각을 한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1·2·3위 조선소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해운업은 반드시 키워야 되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특히 청년인구가 줄어들고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시점에서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하는 산업이라고 본다.”- 우리나라 구조조정의 가장 큰 문제점은.“현대상선과 현대증권의 구조조정과 매각과정에 참여해 보면서 비중요 자산을 너무 쉽게 매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산매각으로 1~1조5000억 원 정도 확보해 2년 정도 버틸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제 6개월 만에 모든 돈이 사라지는 것을 목격했다. 회사가 망할 때는 순식간에 주저 않는데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지 않으면 국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금융공공기관 개편도 비슷한 관점에서 볼 수 있는데.“지금 부도가 나는 남미 국가를 보면 구조조정 후 망한 기업처럼 순식간에 무너진다. 정치인이 장기적인 경제안정보다는 단기적으로 인기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 정책에 매몰되면 국가는 혼란해진다. KDB산업은행의 부산 이전도 동일한 관점에서 봐야 한다.”◇ 글로벌 금융허브는 해외사업 확대부터 시작산업은행은 수출입은행과 함께 시중은행과 달리 자금을 조달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외자 조달 분야에서 서로 1등과 2등을 다투는 공기업으로 외국 금융기관과 협력해 해외자금을 국내로 유치한다. 조 위원장은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하면 대외 창구가 우리나라 금융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조윤승 KDB산업은행 노조위원장(왼쪽)과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가운데) [출처 = iNIS]- 우리나라 자본 시장을 키워야 된다고 주장하는데 좋은 방안은.“채권 시장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폭이 넓어야 하고 깊이도 굉장히 깊어야 된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트리플A(AAA), 더블A(AA)뿐 아니라 더블B(BB), 싱글B(B), 심지어 트리플C(CCC) 채권, 정크본드까지 자유롭게 거래돼야 한다.내가 사고·팔고 싶을 때 언제든지 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도록 깊이가 깊어야 충분한 유동성이 생겨 채권 시장이 안정된다. 우리나라처럼 위기가 왔다고 시장이 경색돼 더블A(AA) 채권도 안 팔리고 금리가 요동을 치면 시장이 발전하기 어렵다.”-금융산업이 발전하려면 은행이나 채권 등에 대한 객관적인 신용과 리스크 평가가 가능해야 하는데.“실제 이런한 기능을 갖춘 나라는 미국밖에 없다. 일본하고 독일도 안 되는 게 현실이다. 일본과 독일이 돈이 없어서 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는 의미다. 하물며 우리나라가 그것을 무턱대고 하겠다고 덤비면 안 된다. 차근차근히 내실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 기획재정부가 기대하는 산업은행의 중요한 기능은.“기재부는 산업은행의 정책금융 기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예를 들어 산업은행이 1년에 연간 정책금융을 50~60조 원 정도를 지원하다가 산업은행의 실적이 나빠 정책금융을 30조 원밖에 못 지원하면 기재부는 30조 원을 다른 곳에서 조달해야 한다.과거 산업은행에서 정책금융공사를 분리했다. 정작 산업은행은 1년에 3조원의 이익이 나는데 정책금융공사는 2조 원씩 적자가 나자 기재부가 난처해져 결국 다시 합쳤다.”- 산업은행이 지원하는 정책자금 규모는.“연간 5~6조 원을 벌어서 정책금융으로 3~4조 원을 지원하고 나면 1~2조 원의 이익이 발생한다. 이 중 3분의 1인 35~40% 정도는 100% 지분을 소유한 정부에 배당을 하고 나머지는 내부유보금으로 남겨 둬 자본금을 키우고 채권 발행을 늘린다.이를 통해 산업은행은 1년에 50~60조 원 규모의 정책자금을 지원한다. 일반적인 정책금융기관처럼 매년 국회에서 세금으로 예산을 배정받아 그 돈으로 정책금융을 지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현재 기획재정부는 산업은행의 이전을 추진하는데.“기재부는 산업은행이 부산으로 이전해 실적이 악화돼 정책금융에서 공백이 발생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정권 초기라 대통령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겠지만 2~3년 지나면 결국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반대하지 않을까 예상한다.- 산업은행이 우리나라 자본시장에서 담당하는 역할은.“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자산 규모 측면에서 시중은행에 비해 작지만 우리나라 자본 시장에 해외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외자조달에서 1위와 2위를 차지하고 있다.결국 서울이 글로벌 금융허브가 되려면 외국 금융기관과 같이 사업하고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해 와야 한다. 그러한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할 금융기관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밖에 없다.”- 그런 주장이라면 정부가 산업은행의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해 글로벌 금융허브전략을 포기한다는 것인데.“정부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결국 글로벌 금융허브는 안 하겠다고 선언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외국 금융기관에는 면허를 내주지 않고 우리끼리 은행면허사업만 하겠다는 의미다.시중은행은 자금을 해외에서 조달하고 대규모 정책사업보다는 안전한 예대마진을 챙기고 아파트 담보대출만으로도 연간 몇 천조 사업을 만끽하고 있다.”- 서울 산업은행 본점에 외국 투자자가 얼마나 방문하는지.“연간 수백 회가 넘는다. 외국계 투자은행·증권회사 등 투자자가 항상 방문해 협의한다. 만약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면 이들이 인천공항에 도착해 서울역으로 이동하고 KTX를 타고 부산까지 올 가능성은 낮다. 이들 투자자와 접촉이 줄어들면 해외사업은 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글로벌 금융허브 전략 수립해 실천해야 달성 가능조 위원장은 서울이 글로벌 금융허브가 되려면 국민연금공단 등 전국에 뿔뿔이 흩어놓은 금융공기업을 한곳에 모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금융기관·금융공기업·핀테크기업·대기업 재무팀 등을 한곳에 모아야 시너지가 난다고 판단한다.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이 지금의 서울 여의도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하고 그 자리를 금융특구로 지정해 디지털 금융산업을 육성하자고 주장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우리나라는 고령화·저출산으로 제조업보다 금융업을 발전시켜야 한다는데.“고지식·고자본·자본집적도가 높은 것이 금융업이다. 금융업을 단순히 제조업을 지원하는 산업으로 볼 것이 아니라 국가의 중요 산업으로 인정해야 한다. 영국이 급성장하는 인도, 일본이 라오스에 각각 진출하는 금융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처럼 정부도 정책금융기업의 해외투자를 적극 후원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금융허브가 되려면.“우선 국민연금 등 금융공기업 모두 다시 서울로 돌아와야 한다. 부산에 가 있는 금융공기업뿐 아니라 대구·전주·진주 등 엉뚱한데 가 있는 기업을 모두 데려고 와서 시너지를 창출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 당장 산업은행·산업은행 별관·중소기업중앙회·수출입은행까지 싹 밀어버리고 그곳에 100층 넘는 빌딩을 5개 정도 지어 금융기업으로 포함해 기재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을 입주시켜야 한다.또한 핀테크라도 싹 그러모으고 대기업 재무팀도 모두 입주시켜야 한다. 외국계 투자자가 여의도에만 오면 원스톱으로 모든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러면 서울이 진짜 글로벌 금융허브가 된다.”- 우리나라 금융기관에 영어 구사자가 적다는 지적도 있는데.“은행원이 영어를 못해서 글로벌 금융허브가 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틀린 말이다. 요즘 신입사원은 해외 유학파도 많고 생활영어를 잘 구사하는 사람이 많다. 홍콩도 방문해 봤는데 금융센터를 벗어나면 영어가 잘 통용되지 않는다. 현재 영어로 의사소통이 되는 직원만 잘 활용해도 외국계 투자자와 협력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본점을 이전하면 이익 줄어 정책금융 기능 상실해져 산업은행·지방은행 모두 불행해져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꺼내든 KDB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공약은 결국 정부의 110대 국정 과제에 포함됐다. 또한 8월 제7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산업은행장에게 직접 이전을 조속하게 실천하라고 주문했다.본점을 이전하기 위해서는 산업은행법을 개정하고 이해관계자를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정부와 이해관계자의 입장 차이에 관해서 알아보자.▲ 조윤승 KDB산업은행 노조위원장 [출처 = iNIS]- 강석훈 행장은 부산 이전 미션을 완수하겠다고 밝혔는데.“본인 입으로 명령을 받고 왔다고 직접 이야기한다. 사실 산업은행은 정부가 지분을 100%를 갖고 있고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이 산업은행장을 임명하므로 대통령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다만 노조는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면 은행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존립 자체까지 위태로워진다고 판단해 반대하는 것이다. 강석훈 행장도 경제학자이기 때문에 이러한 사실을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본점이 있는 여의도를 지역구로 하는 국회의원이나 서울시는 우량 공기업을 빼앗기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영등포 갑·을이 지역구인 김민석 의원과 김영주 의원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부울경(부산·울산·경남)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국회의원은 여야 구분 없이 산업은행을 데려 가겠다고 아우성이다.반면 의외로 국민의힘 국회의원·당직자·보좌관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보면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에 대해 반대한다. 이분들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이 가지는 정체성·철학과 상치된다고 믿는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보수 정당은 자유주의와 시장 중심주의를 강조하는데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은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개념에서 출발했고 정부가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라 반대한다. 기관이나 국가 경쟁력을 고려하지 않고 부산에 모든 금융기관을 모으는 것도 아니고 전국에 그냥 나눠주기 식으로 흩뿌리는 것은 정치적인 포퓰리즘이지 정책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국민의힘 안에 많다.정권 초기이기 때문에 드러내 놓고 대통령의 정책을 반대할 수는 없으니까 말은 안 하는 것일 뿐 실제 개인적으로 만나서 이야기해 보면 문제가 많은 정책이라고 이야기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내부적으로 이전 추진단을 구성하고 연말까지 해양 관련 부서를 부산으로 이전할 계획인데.“9월28일 10명 정도 규모로 이전 추진단을 구성했다. 현재 실제 수행하는 일은 없고 이전을 대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구상하는 정도다. 아직 토지를 매입하거나 몇 층짜리 건물을 지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다.”- 국회에서 산업은행법을 개정해 주지 않아 이전 계획 자체가 무산되면.“노조는 그런 상황을 가장 우려한다. 예를 들어 토지를 구입해 몇 천억 원을 들여 건물을 신축했는데 이전이 무산되면 큰일이다. 산업은행은 은행법상 임대업을 할 수 없다. 건물 자체를 비워둬야 하면 손실이 막대해진다.그렇게 되면 이전을 결정한 사람은 배임죄로 처벌을 받을 것이다. 산업은행도 자체적으로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경영자의 배임행위를 파악하면 100% 고발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추진 관계자 모두 불행해질 수 있다”- 이전 추진단이나 회장이 실제 행동에 나서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이전 준비단이 법이 바뀌면 어디에 땅을 사서 몇 층짜리 건물을 짓겠다는 계획을 세울 수 있을지 몰라도 실제 땅을 산다거나 건물을 올리는 행동을 하기는 어렵다. 회장도 정부에 법을 바꿔주지 않으면 실제 추진은 불가능하고 자신도 법적 책임을 지기는 부담스럽다고 말하지 않을까 예상한다.”- 국회 차원에서 법 개정 움직임은.“발의만 해 놓은 상태다. 야당에서는 김두관 의원이, 여당에서는 김희곤 의원이 발의했다. 김두관 의원은 지역구가 양산이라 발의한 것으로 보이지만 원내 다수당인 민주당은 찬성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여야가 치열하게 대립하는 현 상태가 지속된다면 2024년 4월 차기 총선까지 법 개정은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총선 결과에 따라 여당이 절대 다수를 점유해야만 추진이 가능해질 것이다.”-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기 전에 국토교통부가 이전 대상기관으로 선정하는 등 공식적인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아직 국토부로부터 공식 통보를 받지는 않았다. 국토부나 균형발전위원회에서도 명확하게 입장은 밝히지 않고 있다. 공기업 2차 지방 이전이라는 큰 틀에서 진행하며 산업은행만 따로 보지는 않는다고 한다. 금융위원회만 연내에 계획서 만들겠다고 밝힌 상태고 국토부는 내년 초에나 관련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이 해운금융에 전념하려면 전문성이 필요한데.“실무자 입장에서 보면 우리나라 금융정책이 너무 답답하다고 생각한다. 배도 많고 물동량도 많은데 실질적으로 돈을 버는 사람은 해외 선주다. 해외 선주는 선박을 소유하고 있지만 리스 금융을 하는 선박 리스 회사로 실질적으로 보면 금융회사다. 이들은이익이 별로 남지 않는 제조는 한국 조선소에 맡기고 자기들은 앉아서 큰돈을 벌고 있다. 우리도 제조뿐 아니라 금융 자체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금융위는 부산을 해양·파생상품 특화 금융 중심지로 육성한다는데.“산업은행은 해양·파생상품에 특화된 인력은 많지 않다. 목표가 그렇다면 직원 모두에게 관련 지식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또한 해양·파생상품 시장은 연간 10~15조 원 규모일 정도로 작다.산업은행은 자산이 200조 원이 넘고 연간 100조 원 이상을 운용하는 거대 은행이다. 직원을 자르든지 해양파생상품은 일부가 담당하고 대부분은 현재 수행하는 정책금융을 담당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금융기관은 로펌·컨설팅기업·회계법인 등과 협업할 일이 많은데.“그렇다. 우리나라 금융이 서울에도 있고, 부산에도 있고, 전주에도 있고 이렇게 분산되면 사실상 금융 중심지는 없어진다. 이번 레고랜드 사태만 보더라도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시장이 완전히 박살나면서 악화된 것이다.최근 롯데캐피탈도 15%의 금리를 제시했음에도 1년짜리 단기 자금 조달에 실패했다. 직접 금융시장을 키우지 않으면 우리가 세계에 자랑하는 제조업체도 망하게 된다.”-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면 고객이 이탈한다고 생각하는지.“산업은행은 기존 은행처럼 예수금을 받아 자금을 조달하거나 아파트 담보대출을 통해 돈을 버는 회사가 아니다. 여의도에 있는 다른 증권회사나 금융회사와 거래를 통해 돈을 버는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일부에서 인터넷 세상에 비대면 화상회의를 통해 대출 또는 비대면 대출을 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한다. 1~2000만 원 대출해 주는 카카오뱅크는 현재 그런 식으로 영업하지만 산업은행은 기본 거래 단위가 천억 원대다.1~2000억 원을 대출하면서 고객의 얼굴 한 번 안 보고 거래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나 신디케이션·합작투자는 사업 규모가 1조 원을 넘고 관련 기관과 회의만 50회를 넘게 한다. 부산으로 이전하면 결국 고객사가 산업은행과 거래하기 힘들다며 거래를 중단하게 될 것이다.”- 부산으로 이전하면 산업은행이 망한다는 주장은 심한데.“산업은행은 정책금융공기업으로 1년에 최소 5~6조 원의 수익을 발생시켜 정책금융을 지원해야 되지만 부산으로 내려가면 영업이 저조해 그러한 역할을 담당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면 결국 망하는 것이다. 바이오산업에 정책금융을 지원하면 이익을 내기 어렵고 연간 3~4조 원씩 손해가 난다고 생각해 보자.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 정책금융인데 산업은행 전체 이익이 3조 원에 그치면 적자가 되기 때문에 바이오산업에 대한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직원도 자르고 사업을 줄이면 산업은행의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 일본 산업은행은 비슷한 경로를 밟다가 민간은행과 합병됐다.”◇ 다양한 문제점부터 해결하려는 노력 필요산업은행의 본점으로 부산으로 이전하면 직원은 이사를 가는 대신에 나서이부(나흘은 서울, 이틀은 부산)로 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국가 금융산업의 경쟁력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정책임에도 타당성 검토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하지만 강석훈 회장은 윤 대통령의 직접 지시에 따라 강력한 추진 의사를 밝힌 상태다. 제기되는 다양한 문제점을 살펴보자.▲ 조윤승 KDB산업은행 노조위원장(가운데)과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오른쪽) [출처 = iNIS]-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면 모든 직원이 내려가야 하는지.“노조는 최악의 경우에 총무·인사와 같은 행정부서는 내려갈 수 있지만 사업부는 서울에 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 고객과 협력기관이 대부분 서울에 있기 때문에 업무 효율성 차원에서 그렇게 결정하는 것이 좋다.지방에 내려간 공기업이 국회보고나 정부 회의를 위해 서울로 출장을 오가며 길에서 낭비하는 시간이 막대하다는 불만이 많다. 이미 비효율적이라는 것이 결론이 난 만큼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서울에 근무하고자 하는 직원이 절대 다수인데.‘실제 현재 지방 이전 공기업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직원은 부산에서 3년 근무하고 다시 서울에서 3년 근무하고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생활 리듬이 깨어진다. 자녀가 있는 여직원이 가정을 핑계로 서울에서만 근무하겠다고 주장하면 남직원이 부산 근무를 도맡아야 한다. 남직원의 불평불만이 높아지고 사기가 떨어져 조직 화합 차원에서도 불리하다.- 특정 대학 출신의 비중이 높아진다는 주장은.“지방에 공기업을 유치하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공기업이 지역 대학 출신을 채용해 주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1년에 100여 명 채용하는데 지방 출신을 30% 뽑으면 30명 정도 된다.부산에 내려간 공공기관은 부산대만 거의 뽑는다. 그렇게 되면 부산대 출신이 전체 신입사원의 30%로 너무 많아진다. 이들도 몇 년 근무하면 서울로 오고 싶어 하기 때문에 지방 인재의 유지라는 본연의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부산으로 이전하면 대출자는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현재 산업은행 고객의 60% 이상은 서울에 있고 부산에 있는 고객은 아주 소수다. 돈 빌릴 사람은 서울에 있는데 부산으로 간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부산에는 산업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릴만한 신용과 사업성을 갖춘 기업도 많지 않다. 그렇다고 대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기업에게 무차별적으로 돈을 빌려줄 수는 없지 않은가.”- 경기도 하남에 있는 전산센터도 이전하는 것인지.“원래 전산센터는 별관이 있다가 하남으로 이전한 것이다. 전산센터가 하남에 있는 것만으로도 업무처리에 큰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요즘 은행은 제조업과 마찬가지로 장치산업이다. 수시로 시스템을 개발 혹은 업그레이드해야 하는데 업무협조·인력확보 등으로 죽을 지경이다.ICT 인력은 연봉을 많이 줘도 구하기 어렵고 오래 근무하지 않는다. 아마 부산으로 전산센터를 이전한다고 하면 따라갈 직원도 많지 않고 현지에서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에 있는 부산은행·경남은행이 반대하고 있는데.“산업은행이 부산으로 이전하면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모두 경영이 어려워진다. 지역에 있는 기업이 산업은행과 거래하지 못하면 부실기업처럼 비춰질 것으로 두려워해 산업은행과 거래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지역 은행 입장에서는 이익이 많이 남는 기업과 같은 우량 고객의 이탈을 걱정해 반대하는 것이다.”- 다양한 부작용이 예상됨에도 회장이 적극 추진하는 이유는.“지난 8월 말 윤 대통령이 부산에 가서 제7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개최하면서 현장에서 산업은행 회장에게 구두로 몇 번 지시를 했다고 들었다. 빨리 부산으로 이전하라는 말에 본인이 심리적 압박을 느꼈다고 말했다.”◇ 본점 이전보다 개발금융공사 설립이 유리조 위원장은 부산 지역 발전을 위한 최상의 방법은 산업은행과 부울경이 자본금을 공동출자해 지역개발금융공사를 설립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법적으로 자기 자본의 30배까지 투자가 가능하며 적자가 발생해도 해결방안을 찾는 것이 쉽기 때문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를 사례로 제시했다.- 부산시는 산업은행을 유치해 동남권 지역의 정책금융을 활성화한다는데.“그 목적이라면 산업은행의 부산지사가 부족하지 않게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와 지역 정치인은 정책금융을 활성화하는 것보다는 외형적으로 폼이 나는 실적을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고층 건물을 짓고 수백 혹은 수천 명의 직원이 내려오는 이벤트를 만들려는 것이다. 이전 부지로 지목된 구역을 소유한 건설업체도 토지 매각으로 차익을 얻을 수 있다.”- 부산 해양산업을 육성하려면 본점 유치보다 지역개발금융공사를 설립하는 것이 유리한 것은 아닌지.“산업은행 내부도 산업은행과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출자해 지역개발금융공사를 대전·대구·광주 부산에 하나씩 설립하자고 제안했다. 지역 균형 발전이 목표라면 부산만 아니고 차라리 전국을 고르게 발전시키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 내놓은 대안이다. 지방에 있는 산업은행 지점을 통합해 주고 자산과 업무를 이관하면 개발금융공사가 자립할 수 있다.”- 국내에 유사한 사례가 있는지.“제가 해운을 담당했을 때 한국해양진흥공사를 직접 설립한 경험을 갖고 있다. 설립해서 운영해 보니까 공사가 은행보다 지역 발전을 위해 다양한 점에서 유리했다.신규 정책을 추진하면 부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공사는 은행보다 파산이나 증자가 쉽다. 개발금융공사는 자기 자본의 30배까지 지원이 가능하다. 산업은행과 부울경이 4:3:2:1 비율로 출자해 지역개발금융공사를 설립해 공동으로 경영하면 된다.”- 본점 이전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노조의 역할은.“노조는 경영진의 잘못된 의사결정에 대해 쓴 소리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 또한 국민에게 산업은행의 이전이 초래할 문제점을 널리 알려서 나쁜 정책이 집행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노조가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이전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 전문가의 의견이나 글로벌 금융시장 현황이 그렇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제가 구조조정에 전문 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는 것처럼 노조원 모두 금융업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로 예상되는 문제점을 파악할 능력은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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